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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토님

 

 

목구멍이 타는 듯한 고통이 있었다. 그리고 속 깊은 곳에서부터 끓듯 뱉어지는 어지러운 보라색의 꽃잎들. 한 잎, 두 잎 …, 곧 와르르 쏟아지는 꽃잎들에 왈칵 눈물이 함께 흘러내린다. 곧 제 발 아래에, 자신의 두 손 위에 가득 쌓여지는 보라색 꽃들에 두 눈이 덜덜 떨려온다. 아니 싫어, 싫어, 이건 아니야. 제발 아니라고 해줘. 그런 자신의 마음을 부정이라도 하 듯 다시 욱, 하고 올라오는 토기. 그리고 다시 가득 쏟아져 내리는 보라색 꽃.

 

아아―, 그토록 인정하기 싫었던, 억눌렀던 제 감정이 드디어 터져버렸다.

 

마츠노 이치마츠. 마츠노 가의 4째로 음침하고, 기분 나쁘고, 타지 않는 쓰레기에 불과한 니트. 물론 그것은 다른 다섯 형제들도 다를 것 없었지만 저에게는 그들에게 조차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었다. 그건 쓸데없는 도박으로 돈을 날린 것도, 형제들 몰래 일을 하는 것이나 미팅, 그딴 시시한 것들이 아니었다. 제 속에는 꽃이 자라고 있다. 추악하고 징그러운 보라색의 꽃이…, 이게 무슨 기괴한 운명인 것일까. 우웩, 오늘도 어김없이 질펀하게 꽃을 뱉어내는 길 이었다. 처음 꽃을 뱉기 시작한 것은 학창시절. 고등학교 입학 후 일 년 쯔음 지났을 때였다. 돌연 식욕이 떨어지고 기운이 없다 생각 했는데 이게 웬일인가 헛구역질 끝에 나와서는 안 되는 꽃잎 하나가 뱉어지는 것이었다.

착각이겠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래봤자 한 장이었으니까. 애써 변기물 위에 이질적으로 둥둥떠있는 그것을 모른 척하고 변기물을 내려 그것을 떠내려 보냈다. 착각일 것이다. 아무래도 자신이 요새 몸이 안 좋아서 헛것이 보이는 거라고. 처음에는 그리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애써 떨리는 제 팔을 반대 팔로 꽉 붙잡고 ‘괜찮아, 괜찮아’ 주문을 걸 듯 중얼거리며 무거운 걸음으로 수업 중인 조용한 학교 복도를 걷는다. 괜찮―아?

아니, 괜찮지 않았다. 괜찮을 리가 없었다. 나름 여섯 중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말을 듣고 있었고 그만큼 사리분별도 빠른 넷째였으니까. 그 날 봤던 꽃잎이 절대 환상 따위가 아니란 것은 머릿속으로 이미 알고 있었다. 곧 엄청난 열병과 함께 끊이지 않는 헛구역질이 이어지고 화장실 바닥을 가득 매울 정도의 꽃잎이 제 속 깊은 곳에서부터 뱉어져 나왔다. 일명 ‘하나하키(はなはき)병’ 이라 불리는 꽃을 토하는 기괴한 병 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고 또 그리워해 그 감정이 결국 참지 못하고 속에서부터 피어나버리는, 아주 이상하고 끔찍한. 뭇 여자아이들에게는 그것이 아름다운 로맨스 이야기로 비춰지는 듯 했지만 …, 웃기지도 않았다. 실상은 X 같은 고통과, 그와 수반 된 버리지도 못하는 제 마음이었다.

사랑? 연정? 자신이 품은 건 그런 아름다운 단어로 정의 할 수 없는 것 이다. 더럽고, 어둡고, 추한 ― 그래, 마치 이 우중충하게 썩어 들어가는 것 같은 보라색 꽃잎처럼 말이다.

 

「 괜찮은 거 맞아 ― 이치마츠? 」

 

왜냐고 묻는다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

 

****

 

이야기를 이어가기 전에, 우선 자신의 바로 위에 형 (이라곤 하지만 쌍둥이이니 별로 의미는 없다.) 마츠노 쵸로마츠를 이야기 하고 싶다. 셋째인 쵸로마츠는 어렸을 적엔 꽤나 악동으로 여섯 명 중에서도 유명했었다. 물론 고등학교를 올라옴과 동시에 스스로는 철이 들었다 이야기 하며 그간의 말썽을 청산하는 것 같았지만 … 그것이 웃기지도 않는 변명이라는 것을 자신을 알고 있었다. 자신은 늘 그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왜 바라보느냐고? 여기까지 말했는데도 이해 못 하는 건 너무 둔하지 않아?

뻐-언하잖아, 내가 그 셋째형을, 형제를 좋아하는 쓰레기 이니까.

아무튼, 그런 쵸로마츠가 악동 짓을 그만 둔 것은 그의 말 따라 철이 든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분명 변화는 생겼다. 그게 우습게도 자신과 같은 변화인 게 문제였지. 모를 리가 없었다. 늘 자신은 쵸로마츠를 바라보고 있었고, 쵸로마츠는 분명 내가 그를 바라보는 눈과 같은 눈으로 장남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주 우습게도 말이지. 처음엔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 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쌍둥이 형제더라도 이런 것 까지 닮는 것인가 하고 말이다. 그리고 절망했다. 왜 자신이 장남이 아닐까, 장남과 조금이라도 비슷했더라면 ― 하고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소심하고, 바른 것의 표본이었던 자신은 개구지고 활발한 장남과는 정 반대였고 아마 그 쯤 부터 반항 아닌 반항을 하며 모범생이라는 타이틀을 때려 쳤던 것 같다. ― 조금이라도 장남을 닮아 보이기 위해서,

이렇게 년도가 바뀌고 꽃을 토해내는 것이 막 일 년이 좀 안 되었을 때였다. 어느 날인지 드물게 밤중에 잠이 오지 않는 것에 느릿하게 눈을 깜박거리다 무심코 1층으로 향했고 어둑한 복도 속에서 빛나는 불빛에 이끌리 듯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죽은 눈을 하고 있던 제 눈으로 그 이질적인 광경을 똑똑히 눈에 담았다.

 

「… … 쵸로마츠, 」

「이, 이치마츠 -?! 」

 

인공적으로 만든 것 같은 붉은 꽃밭에 힘겹게 서있던. 자신의 배덕한 형제를. 그것을 보았을 때,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잔뜩 떨고 있는 그 작은 동공과 딱딱하게 굳어버린 몸. 그래, 누가 봐도 이 꽃들은 네가 토한 것이겠지. 비릿한 웃음을 달고 쵸로마츠에게 가까이로 다가가면 차마 피할 생각도 못한 그가 잔뜩 굳어 눈을 꽉 감아버린다. 걱정 마, 걱정 마. 난 네 편이야. 육식동물을 만난 초식동물마냥 바들바들 떠는 쵸로마츠의 손을 부드럽게 쥐어잡고 그의 귓가에 낮고, 은밀하게 속삭인다. 네 편이 되어주겠다고, 난 배신하지 않아.

쵸로마츠, 네 편은 오롯 나뿐이야.

분명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제 생각과 다르지 않게 쵸로마츠는 자신에게 종종 의지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물론 그 우습지도 않은 연애상담. 이라는 명목 아래였지만 그래도 저에게 털어 놓고 나면 쵸로마츠는 어딘가 후련한 얼굴을 하고 고맙다며 저가 좋아하는 웃음을 지어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자신의 마음이 치유 받는 듯한 느낌이 들어 부끄러움에 마스크를 다시 쓰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유일하게 나와 쵸로마츠만 공유할 수 있는 비밀. 물론 그는 모르겠지만 제게는 그 비밀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비록 자신이 대역이라도 말이다.

 

“꽃을 뱉는 거, 점점 많아 졌어 어쩌지. 분명 들킬 거야.”

“괜찮아, 안 들켜 – 괜찮아.”

“역시 이런 거, 이상해. 이상해.”

 

같은 형제에게 품는 마음이라니 끔찍하잖아. 가끔 쵸로마츠의 예민이 극에 달해 발작처럼 저를 질책하는 소리를 뱉곤 했다. 그리고 그 말들은 그대로 비수가 되어 제 심장에 꽂혀들었지만 내색하지 않는다. 들키지 않아, 절대로. 나 봐봐. 이렇게 옆에 있으면서도 너에게 들키지 않았잖아. 그니까 쵸로마츠, 제발 그런 말은 하지 말아줘. 나를 네가 부정하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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